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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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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로카, 일본 26성인 기념관 벽화, 1967년, 나가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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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호, Thousand, 2007년. 작가 소장
기독교에서 순교의 역사는 예수님이 우리를 대신해 돌아가신 후 수많은 제자들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로마의 박해를 피해 어두운 지하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평생을 지내는 카타콤의 이야기는 눈물겨운 투쟁의 간증이며 신앙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한다. 중세에서도 순교의 역사는 계속되며 근세에 들어와서는 동아시아에서 많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특히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탄압이 심하였으며 에도시대에는 한 해에 수 만명이 순교하는 참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조선에서도 먼저 들어온 가톨릭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어 19세기에 들어와서는 전국적으로 신자들의 색출과 처형이 지속되었다.
순교에는 직접 처형을 당하는 것과 선교에 힘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망하는 것이 있는데 상단 화면의 일본에서의 순교가 전자에 해당하며 하단의 한국에 선교사로 왔다가 병으로 사망한 루비 캔드릭의 이야기가 후자에 해당한다.
루비 켄드릭(1883~1908)은 텍사스 출신으로 캔자스 주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에 1907년 한국에 선교사로 입국하였다. 개성에서 열심히 선교하던 중 풍토병에 걸려 그만 입국한지 8개월만에 25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 그녀는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이곳에서 작은 씨앗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씨앗이 되어 이 땅에 묻히게 되었을 때 아마 하나님의 시간이 되면 조선 땅에는 많은 꽃들이 피고 그들도 여러 나라에서 씨앗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그녀의 믿음의 고백대로 한국은 천만이 넘는 크리스챤과 많은 선교사들을 세계로 보내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켄드릭의 텍사스 교회 동료들은 “만일 내게 천 번의 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모든 것을 조선을 위해 바치리라”라는 편지를 받은 직후 그녀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에 도전을 받아 수십명이 선교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단의 유재호의 사진은 양화진에 있는 켄드릭의 묘지석을 뒤에 있는 목련 나무를 배경으로 함께 찍은 것이다. 'Thousand'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작품은 고결한 켄드릭의 마음이 하늘에 닿는 것을 말해주듯 꽃망울 가득 안고 있는 목련나무가 후광과도 같이 감싸고 있다. 작가는 “복음의 빚진 것을 갚기 위해서 또 빛을 나누기 위해 그녀가 우리에게로 왔었다”고 그의 작품집에서 술회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수많은 순교가 있었는데 모모야마 시대에 일본에 와서 선교하던 가톨릭선교사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분노를 사서 1597년 나가사끼에서 26명이 한꺼번에 처형당하는 일이 있었다. 일본에서 순교 장면을 자주 그리던 하세가와 로카(長谷川路可)가 전통 일본의 에마끼 식으로 화면을 만들고 구름 사이로 처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앞에는 조용히 기도하는 한 사람을 배치하였는데 화면 가득 외로운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당시의 참상과 비극이 밝은 색조의 화면과 대비되어 마치 슬픔이 억누르듯이 배어나고 있다.
정말 이들의 순교의 씨앗이 헛되지 않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복음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임을 고백하는 또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 끝까지 복음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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